블랙아웃 커튼, 낮잠 시간에 달라지는 것

블랙아웃 커튼, 낮잠 시간에 달라지는 것
솔직히 말하면 저는 암막 커튼을 좀 우습게 봤습니다. 커튼이 두꺼워봐야 얼마나 다르겠나 싶었거든요. 아이가 낮잠을 30분 만에 깨는 게 커튼 탓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이 바뀐 건 작년 여름이었어요. 해가 길어지면서 오후 낮잠 시간에 방이 훤했고, 아이는 눕히면 눈을 말똥말똥 뜬 채 천장을 봤습니다. 반신반의하며 암막 커튼을 달았고, 지금 1년이 조금 넘게 쓰고 있습니다.
왜 샀는지, 그리고 첫인상
고른 기준은 단순했습니다. 첫째, 창을 좌우로 충분히 덮는 폭. 둘째, 위쪽 틈을 줄일 수 있는 형태. 셋째, 세탁기에 들어가는 소재. 아기방 물건은 언젠가 반드시 빨아야 할 일이 생긴다는 걸 그때쯤 배웠거든요.
첫날 낮에 커튼을 치고 방문을 닫았을 때, 생각보다 어두워서 좀 놀랐습니다. 완전한 암흑은 아니고 해 질 무렵 정도의 어스름이었어요. 다만 기대와 다른 부분도 있었습니다. 창틀 위쪽과 커튼봉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와서, 벽에 밝은 띠가 생기더라고요. 이건 커튼 자체 성능과는 별개인 설치 문제였습니다. 봉을 창틀보다 위로 올려 달고 나서야 해결됐습니다.
몇 달 지나고 알게 된 것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낮잠에 들어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눕히고 뒤척이는 시간이 눈에 띄게 짧아졌어요. 낮잠 총 길이가 극적으로 늘었냐고 하면, 그건 아니었습니다. 어떤 날은 여전히 40분 만에 깼고요. 다만 ‘아침 6시 반에 창밖이 밝아지자마자 깨는 패턴’은 확실히 줄었습니다. 여름 새벽에 이건 꽤 큰 차이였어요.
부수적으로 좋았던 건 여름 오후에 방이 덜 뜨거워졌다는 점입니다. 서향 창이라 오후 햇볕이 그대로 들어왔는데, 커튼을 치고 나서 체감상 덜 후끈했습니다. 정확한 온도를 재본 건 아니니 어디까지나 느낌입니다.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통풍이 확 줄어듭니다. 특히 장마철에 창을 닫고 커튼까지 쳐두니, 커튼 안쪽 창틀에 습기가 맺히고 며칠 지나면 눅눅한 냄새가 났습니다. 지금은 낮잠이 끝나면 커튼을 활짝 열어 창을 함께 여는 걸 규칙처럼 하고 있어요. 장마가 지나간 요즘도 이 습관은 유지 중입니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무게입니다. 두꺼운 만큼 무거워서, 세탁 후 다시 다는 게 은근히 중노동입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알게 된 사용법
한 가지 예상 못 한 건, 계절마다 커튼을 쓰는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이었습니다.
겨울에는 오후 4시만 넘어도 밖이 어둑해지니 낮잠 때 굳이 완전히 칠 필요가 없었습니다. 반쯤만 쳐서 방을 은은하게 만드는 정도로 충분했어요. 오히려 겨울엔 창가 냉기를 막아주는 쪽으로 도움을 받았습니다.
반대로 여름은 정반대였습니다. 오후 2시 낮잠 시간에 해가 가장 세게 들어오니, 이때는 끝까지 당겨 닫고 좌우 겹침까지 신경 써야 했습니다. 그리고 아침 기상 시간. 여름엔 해가 일찍 뜨는 만큼 커튼 유무의 차이가 가장 크게 느껴졌습니다.
또 하나, 밤잠과 낮잠은 다르게 접근했습니다. 밤에는 어차피 어두우니 커튼이 큰 변수가 아니었고, 낮잠에서만 효과를 체감했어요. ‘수면 환경을 통째로 바꿔주는 물건’이라기보다 ‘낮 시간의 밝기 변수를 하나 없애주는 물건’에 가깝습니다. 기대치를 이 정도로 잡으시면 실망할 일이 적습니다.
안전 쪽에서 꼭 확인하실 것
이건 후기보다 당부에 가깝습니다. 커튼에 딸린 조절 끈이나 고리가 아기 침대 근처로 늘어지지 않게 하세요. 저는 아이가 잡고 서기 시작한 뒤로 끈을 아이 손이 닿지 않는 높이에 묶어 고정했습니다. 침대 위치도 창에서 떨어뜨렸고요. 이런 끈 관련 사고 사례는 한국소비자원에서 확인할 수 있고, 제품의 KC 인증 여부는 제품안전정보센터에서 직접 조회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어둡게 해주면 모든 아이가 잘 잔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마다 수면 패턴과 발달 상황이 다르고, 낮잠이 지나치게 짧거나 밤에 자주 깨는 문제가 계속된다면 환경만 바꿔서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소아과 전문의와 상담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지금도 쓰고 있고, 이런 분께 맞습니다
1년 넘게 쓰고 지금도 매일 칩니다. 다시 산다면 같은 조건으로 고르되, 커튼봉 위치와 창 좌우 여유 폭을 처음부터 더 넉넉하게 잡을 것 같아요.
추천드리고 싶은 경우는 이렇습니다. 창이 크고 낮에 방이 밝은 집, 여름 새벽에 아이가 일찍 깨는 집, 서향이나 동향 창이 있는 집. 반대로 원래 방이 어두운 편이거나 통풍이 잘 안 되는 구조라면 습기 관리 부담이 더 클 수 있으니, 커튼을 열어두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지부터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며 참고한 것
사진: Minseok Kwa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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