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경량 유모차, 1년 들고 다니며 알게 된 아쉬움

솔직히 말하면, 유모차를 하나 더 사는 게 낭비 같아서 한참 망설였습니다.
이미 집에 절충형 유모차가 있었거든요. 아이를 태워보면 승차감도 괜찮고 수납도 넉넉했습니다. 문제는 저였어요.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앞에서 유모차를 들었다 놨다 하다가, 어느 날 계단 중간에서 팔이 후들거리는 걸 느끼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무거워서 안 들고 나가면, 좋은 유모차도 결국 현관에 서 있는 짐이 되더라고요.
왜 하나 더 들였나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가을 나들이였습니다. 차 트렁크에 유모차를 넣고 나면 다른 짐 넣을 자리가 마땅치 않았어요. 기저귀 가방, 돗자리, 여벌 옷까지 챙기면 트렁크가 꽉 찹니다. 대중교통을 탈 땐 더 난감했습니다. 접는 데 두 손이 다 필요한데, 한 손엔 아이가 안겨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준을 딱 두 개로 좁혔습니다. 한 손으로 접히는가, 그리고 접은 상태로 어깨에 걸거나 한 손에 들 수 있는 무게인가. 승차감이나 수납은 아예 기대를 접었어요. 그건 집에 있는 유모차가 하는 일이니까요.
첫인상은 “이렇게 가벼워도 되나”
처음 펼쳤을 때 든 생각은 솔직히 불안이었습니다. 프레임이 얇고, 접으면 부피가 확 줄어드니 어딘가 허술해 보였거든요. 아이를 태우기 전에 혼자서 한참 흔들어봤습니다.
막상 태워보니 걱정과는 달랐습니다. 아이를 태운 상태에서는 프레임이 잡아주는 느낌이 있었고, 브레이크도 확실히 걸렸어요. 다만 이런 건 제품마다 편차가 큰 부분이라, 새로 들이실 때는 제품안전정보센터에서 KC 인증 여부를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그때 처음으로 안전 관련 정보를 찾아봤습니다.
한 손 접기는 정말 편했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아이를 안은 채로 접어본 첫날, 이 물건은 값을 했다고 생각했어요.
몇 달 지나서야 보이기 시작한 것들
여름을 한 번 나고 나니 처음엔 몰랐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좋았던 점부터. 계단이 나와도 마음이 급하지 않습니다. 접어서 들고 올라가면 그만이니까요. 카페나 식당에서 접어 옆에 세워두기도 편했고, 아이가 걷고 싶어 할 때 접어서 어깨에 걸고 손잡고 걷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이게 생각보다 컸어요. 유모차를 억지로 태우지 않아도 되니까 실랑이가 줄었습니다.
노면은 확실히 다릅니다. 바퀴가 작고 프레임이 가벼우니, 보도블록 이음새나 자갈 깔린 길에서 진동이 그대로 올라옵니다. 매끈한 실내나 잘 포장된 길에서는 문제없는데, 공원 산책로에서는 덜컹거림이 느껴져요. 아이가 잠들었다가 깨는 일도 있었습니다.
등받이 각도. 완전히 눕지는 않습니다. 제 것은 비스듬히 젖혀지는 정도라, 낮잠을 재우며 오래 걷는 용도로는 아쉬웠어요. 처음부터 알고 산 부분이긴 하지만, 실제로 아이가 유모차에서 잠드는 날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수납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바구니가 있긴 한데 기저귀 몇 개와 물티슈면 찹니다. 손잡이에 가방을 걸면 아이가 내렸을 때 뒤로 넘어가려 해서, 결국 백팩을 메는 쪽으로 습관을 바꿨습니다. 유모차에 짐을 거는 방식이 위험할 수 있다는 안내는 한국소비자원 쪽 자료를 찾아보다 알게 됐어요.
가장 아쉬운 건 따로 있었습니다
무게나 수납은 예상한 단점이었습니다. 정작 예상 못 한 건 접었을 때 자립이 안 된다는 점이었어요.
접으면 부피는 작아지는데, 세워두면 툭 넘어집니다. 지하철에서 손으로 계속 잡고 있어야 했고, 식당에서는 벽에 기대 세워둬도 미끄러져 내려오는 날이 있었습니다. 사기 전에 무게만 봤지, ‘접은 뒤에 어디에 어떻게 두게 될까’는 상상하지 못했더라고요. 다음에 고른다면 접었을 때 스스로 서는 구조인지를 꼭 확인할 겁니다.
또 하나. 가벼운 만큼 손잡이에서 손을 떼면 경사에서 쉽게 밀립니다. 잠깐 세워둘 때도 브레이크를 거는 습관이 자리 잡기까지 몇 번 아찔했어요.
지금도 쓰고 있고, 이렇게 나눠 씁니다
1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씁니다. 다만 역할이 확실히 갈렸어요. 차로 이동해 공원을 오래 걷는 날은 집에 있는 유모차, 대중교통이나 계단이 섞인 동선에는 초경량 쪽입니다. 요즘처럼 아침저녁이 선선해져 외출이 잦아지는 계절엔 후자를 꺼내는 날이 늘었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집은 이렇습니다. 대중교통 이동이 잦은 집,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을 오르내려야 하는 집, 차 트렁크가 작은 집, 그리고 이미 메인 유모차가 있어서 두 번째 용도로 쓸 집. 반대로 유모차 하나로 모든 상황을 감당해야 한다면 승차감과 등받이 각도를 포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이마다 체격도 다르고, 유모차에서 자는 습관도 다릅니다. 저희 아이에게 맞았던 조합이 다른 집에서도 맞으리라는 보장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스펙표보다 우리 집 동선을 먼저 적어보시길 권합니다. 계단이 몇 번 나오는지, 유모차를 접는 순간이 하루에 몇 번인지. 그 답이 결국 무엇을 포기해도 되는지를 알려주더라고요.
이 글을 쓰며 참고한 것
사진: Tsai Dere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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